백유경
옛날 머리에 털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이 배[梨]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두세 번을 치니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그는 가만히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힘을 믿어 교만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다. 그는 내 머리에 털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어리석은데 왜 그를 어리석다고 하느냐. 네가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 맞으면 또 머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왜 피할 줄 모르는가.”
***
비구도 그와 같다.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지혜를 닦지 않고 오직 위엄만 갖추고 이익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고도 피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또한 머리에 상처를 입고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