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말라버린 소젖

백유경

옛날 어떤 사람이 손님을 청하여 손님에게 소의 젖을 대접하려고 생각하였다.
‘내가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또한 맛도 변해서 못 먹게 될 것이다. 그러니 소젖을 소 뱃속에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한꺼번에 짜는 것이 훨씬 낫겠다.’
그리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소를 따로 떼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의 젖은 어찌 된 일인지 말라 없어져 버렸다.
그러자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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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아서,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기도 전에 수재나 화재, 혹은 도적을 당하거나 혹은 갑자기 목숨을 마치는 때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하지 못한다.
그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