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

백유경

옛날 어떤 도적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창고에서 물건을 훔쳐 멀리 도망갔다.
그러자 왕은 사방으로 병사를 파견하여 그를 잡아왔다.
왕은 그가 입은 옷의 출처를 물었다.
그가 말하였다. “이 옷은 우리 조부 때의 물건입니다.”
왕은 그 옷을 다시 입어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옷은 본래부터 그가 입던 옷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을 줄을 몰랐다.
손에 있을 것을 다리에 끼고 허리에 있을 것을 머리에 썼다.
왕은 그것을 보고 대신들을 모아 그 일을 밝히기 위해 그에게 말하였다.
“만일 그것이 너의 조부 때부터 내려온 옷이라면 마땅히 입을 줄 알아야 할 것인데 왜 위아래를 뒤바꾸는가. 입을 줄 모르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 옷은 도둑질한 물건이 틀림없다.”

***
이것을 비유한다면 이렇다.
왕은 부처님과 같고 보배창고는 법과 같다.
또한 어리석은 도적은 저 외도들처럼 부처님 법을 훔쳐 들고 그것이 자기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법을 펼 때에 위아래를 모르는 것처럼 법의 모양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저 도적이 왕의 옷을 얻고도 그 입는 방법을 알지 못해 뒤바꾸어 입는 것과 같다.

백유경

옛날 얼굴도 잘 생기고 지혜로우며, 재물도 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찬양하였다.
그때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그를 ‘내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 까닭은 그에게 있는 많은 재물을 필요할 때에 얻어 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재물을 얻어 쓸 필요가 없게 되자 그는 ‘내 형이 아니라’라고 하였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재물이 필요할 땐 그를 형으로 삼더니 필요 없게 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말하다니”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그의 재물을 얻기 위해 그를 형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내 형이 아니기 때문에 얻어 쓸 재물이 필요 없게 되었을 때는 형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그를 비웃었다.

***
그것은 마치 외도들이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듣고는 가만히 훔쳐다 자기 것으로 삼아 쓰다가 옆의 사람이 그대로 수행하라고 하면,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이양(利養)을 위하여 저 부처의 말을 끌어와 중생을 교화하지만 실제의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그대로 수행하겠는가.”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재물을 얻기 위하여 남을 내 형이라 하다가 재물을 얻을 필요가 없게 되자 다시 형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백유경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일곱 명의 아들을 길렀는데 첫째 아들이 먼저 죽었다.
그는 아들이 죽은 것을 보고 그대로 집에 버려 둔 채 멀리 떠나려 하였다.
그러자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그에게 말하였다.
“살고 죽는 길이 다른데 빨리 먼 곳에 보내어 장사지내는 것이 마땅하거늘 왜 집에 버려 둔 채 떠나려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였다.
‘만약 집에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꼭 장사지내야 한다면 마땅히 아들 하나를 또 죽여 두 머리를 메고 가는 것이 보다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곧 다른 아들 하나를 더 죽여 먼 숲에 두 아들을 장사지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매우 비방하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괴상히 여겼다.

***
그것은 비유하면 마치 이렇다.
어떤 비구가 남몰래 계율을 범하고도 회개하기를 꺼려 잠자코 덮어 두고는 스스로는 청정하다고 하였다.
그때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고 그에게 말하였다.
“집을 떠난 사람은 계율을 마치 진주를 보호하듯 하여 어그러짐이 없어야 하거늘 너는 왜 지금 계율을 범하고도 참회하지 않는가?”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참회할 바에는 다시 한 번 더 범한 뒤에 참회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계율을 깨뜨리면서 선하지 않은 짓을 많이 하고서야 비로소 남에게 알렸다.
그것은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한 아들이 죽으니 또 한 아들을 죽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백유경

옛날 아주 미련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너무나 어리석어 지혜가 전혀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매우 목이 말라 물을 찾았다.
더운 때 강물 위의 아지랑이를 보고는 그것을 물이라 생각하고 곧 신두강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강에 이르러서 그는 바라만 볼 뿐 도무지 물을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 사람이 말했다.
“너는 몹시 목이 말라 물을 찾더니 지금 강에 왔는데 왜 물을 마시지 않는가.”
그가 대답했다.
“그대가 다 마시고 나면 내가 마시겠다. 이 물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다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크게 비웃었다.

***
그것은 비유하면 이렇다.
편벽된 외도들이 자기는 부처님 계율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도를 얻지 못하고 생사를 떠돌게 되는 것과 같다.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고도 마시지 않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다.

백유경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부인을 두어 마음으로 매우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그 부인은 진실하지 못하여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음탕한 마음을 걷잡지 못하여 틈만 나면 제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로 가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에 사는 노파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내가 떠난 뒤에 어떤 여자의 시체라도 좋으니 그 시체를 가져다가 우리 집 방에 두고 내 남편에게 내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시오”
노파는 그 여자의 남편이 없는 때를 엿보아 한 여자의 시체를 그 집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노파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아내는 이미 죽었소.”
남편은 시체를 보자 그것이 자기 아내라고 믿고 슬피 울면서 괴로워했다.
그는 장작을 쌓고 기름을 부어 시체를 태우고는 그 뼛가루를 자루에 담아 밤낮으로 울고만 있었다.
그 뒤 아내는 다른 남자들이 싫어져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아내입니다.”
남편은 대답하였다.
“내 아내는 벌써 죽었다. 너는 누구인데 내 아내라고 거짓말을 하는가.”
그 아내는 두 번 세 번 거듭 말했으나 남편은 결국 믿지 않았다.

***
이것은 외도들이 다른 사람이 삿된 말을 듣고 마음이 미혹하여 그것을 진실이라 생각한 나머지 고치지 않고 바른 법을 들어도 그것을 믿고 받들지 않는 것과 같다.

백유경

옛날 머리에 털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이 배[梨]를 가지고 와서 그의 머리를 때렸다.
두세 번을 치니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그는 가만히 참으면서 피할 줄을 몰랐다.
옆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왜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기만 하여 머리를 상하게 하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힘을 믿어 교만하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다. 그는 내 머리에 털이 없는 것을 보고 돌이라 생각하여 배를 가지고 내 머리를 때려 상처를 낸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하였다.
“네가 어리석은데 왜 그를 어리석다고 하느냐. 네가 어리석지 않다면 왜 남에게 얻어 맞으면 또 머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왜 피할 줄 모르는가.”

***
비구도 그와 같다.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지혜를 닦지 않고 오직 위엄만 갖추고 이익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남에게 머리를 맞고도 피할 줄을 모르는 것과 같고, 또한 머리에 상처를 입고도 도리어 남을 어리석다고 하는 것과 같다.

백유경

옛날 어떤 사람이 손님을 청하여 손님에게 소의 젖을 대접하려고 생각하였다.
‘내가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또한 맛도 변해서 못 먹게 될 것이다. 그러니 소젖을 소 뱃속에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한꺼번에 짜는 것이 훨씬 낫겠다.’
그리고는 곧 어미소와 새끼소를 따로 떼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을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의 젖은 어찌 된 일인지 말라 없어져 버렸다.
그러자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아서,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기도 전에 수재나 화재, 혹은 도적을 당하거나 혹은 갑자기 목숨을 마치는 때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하지 못한다.
그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가섭마등, 축법란 한역- 사십이장경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중생은 열 가지 계문을 지킴으로써 선을 삼고
또한 열 가지 계문을 범함으로써 악을 삼나니
무엇이 열 가지냐 하면 몸으로 셋이요, 입으로 넷이요, 뜻으로 셋이라.
몸으로 셋이라 함은 살생, 도적, 간음이요,
입으로 넷이라 함은 망어,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요,
뜻으로 셋이라 함은 탐심, 진심, 치심이니
이 계문을 범하여 도를 거스린 사람을 십악을 행한다 이름하고
이 계문을 지켜서 도를 순하게 받은 이를 십선을 행한다 이름 하나니라.”

가섭마등, 축법란 한역- 사십이장경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불법을 배워 도를 지키는 이는 세상의 향락을 버리고 빈한에 안분하며
도를 이루기 위하여는 비록 천만 고통이 있다 할지라도 다시 욕심을 부리지 말라.
사람으로 하여금 어리석고 어둡게 하는 것은 다만 애착과 욕심이니라.”

가섭마등, 축법란 한역- 사십이장경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도를 배우는 이는 욕심과 애착을 끊어 버리고 불법의 깊은 이치를 깨쳐야 할 것이니
안으로 얻을 바가 없고 밖으로 구할 바도 없으며
마음이 도에도 얽매이지 아니하고 또한 업에도 얽매이지 아니하여
생각할 것도 없고 지을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고 밝힐 것도 없어서
모든 계단을 밟지 않고도 홀로 높고 청정한 것을 이르되 도라 하나니라.”

가섭마등, 축법란 한역- 사십이장경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집을 떠나 도를 배울진대 자기 마음을 알아 그 근본을 요달하고
함이 없는 법을 알아 가지는 것이 가로되 불제자라
항상 모든 계를 지키고 또한 참된 도를 행하여 뜻을 청정하게 하면 곧 아라한을 이루리라.”

부모은중경

* 끝없는 자식사랑으로 애태우시는 은혜

깊고 무거운 부모님의 크신 은혜, 베푸신 큰 사랑 잠시도 그칠 새 없네.
앉으나 일어서나 마음을 놓치 않고 멀거나 가깝거나 항상 함께 하시네.
어머님 연세 백 세가 되어도 팔십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이 사랑 언제 끊어지리이까, 이 목숨 다할 때가지 미치오리.

* 究竟憐愍恩 구경연민은

父母恩深重 恩憐無歇時 / 부모은심중 은련무헐시
起坐心相逐 遠近意常隨 / 기좌심상축 원근의상수
母年一百歲 常憂八十兒 / 모년일백세 상우팔십아
欲知恩愛斷 命盡始分離 / 욕지은애단 명진시분리

부모은중경

* 자식을 위한 마음으로 나쁜 업을 행하시는 은혜

아버지 어머니 은혜 강산같이 소중하나, 갚고 갚아도 갚기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단하면 어머니 마음 편치않네.
자식이 먼 길 떠난다는 말 들으시면 가는 길 밤 추위 실로 걱정되네.
아들딸의 잠깐 고생도 어머니는 오래도록 마음 졸이네.

* 爲造惡業恩 위조악업은

父母江山重 恩深報實難 /부모강산중 은심보실난
子苦願代受 兒勞母不安 / 자고원대수 아로모불안
聞道遠行去 行遊夜臥寒 / 문도원행거 행유야와한
男女暫辛苦 長使母心酸 / 남녀잠신고 장사모심산

부모은중경

* 자식이 멀리 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죽어서 이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서 생이별 또한 고통스러운 것.
자식이 집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타향에 가 있네.
낮이나 밤이나 자식 뒤쫓는 마음, 흐르는 눈물은 천 갈래 만 갈래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원숭이 울음처럼 자식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나네.

* 遠行憶念恩 원행억념은

死別誠難忘 生離實亦傷 / 사별성난망 생리실역상
子出關山外 母意在他鄕 / 자출관산외 모의재타향
日夜心相逐 流淚數千行 / 일야심상축 유루수천항
如猿泣愛子 憶念斷肝膓 / 여원읍애자 억념단간장

부모은중경

*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주신 은혜

아아, 아름답던 옛 얼굴 아리따운 그 모습 소담하신 몸매.
푸른 눈썹은 버들빛을 가른 듯 붉은 두 뺨은 연꽃빛을 안은 듯
은혜가 더할수록 그 모습은 여위었고 더러움 씻기다 보니 이마에 주름만 느네.
아아, 아들 딸 생각하는 가없는 노고 어머니의 얼굴이 저리 변하였네.

* 洗濁不淨恩 세탁부정

憶昔美容質 姿媚甚豊濃 / 억석미용질 자미심풍농
眉分翠柳色 兩臉奪蓮紅 / 미분취류색 양검탈연홍
恩深摧玉貌 洗濯損盤龍 / 은심최옥모 세탁손반룡
只爲憐男女 慈母改顔容 / 지위연남녀 자모개안용

부모은중경

*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

어머니의 깊은 은혜 땅과도 같고 아버지의 높은 은혜 하늘과 같네.
깊은 마음 땅과 같고, 높은 마음 하늘같아 어머니마음 그러하고, 아버지마음 그러하네.
두 눈이 없다 해도 좋아하는 마음 끝이 없고 손발이 불구라 해도 귀여워하시네.
내 몸 속에서 키워 낳으신 까닭에 온 종일 아끼시며 사랑하시네.

* 乳哺養育恩 유포양육은

慈母象於地 嚴父配於天 / 자모상어지 엄부배어천
覆載恩將等 父孃意亦然 / 부재은장등 부약의역연
不憎無眼目 不嫌手足攣 / 부증무안목 불혐수족련
誕腹親生子 終日惜兼憐 / 탄복친생자 종일석겸련

부모은중경

* 마른 자리 아이 누이시고 젖은 자리 누우시는 어머니 은혜

어머니 당신은 젖은 자리 누우시고 아이는 안아서 마른 자리 누이시네.
두 젖으로는 목마름을 채워 주시고 고운 옷 소매로는 찬 바람 막아 주시네.
아이 걱정에 밤잠을 설치셔도 아이 재롱으로 기쁨을 다하시네.
오직 하나 아이를 편하게 하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불편도 마다 않으시네.

* 回乾就濕恩 회건취습은

母自身俱濕 將兒以就乾 / 모자신구습 장아이취건
兩乳充飢渴 羅袖掩風寒 / 양유충기갈 나수엄풍환
恩憐恒廢寢 寵弄盡能歡 / 은련항폐침 총롱진능환
但令孩子穩 慈母不求安 / 단령해자온 자모불구안

부모은중경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뱉아 먹이시는 은혜

무겁고도 깊으신 부모님 은혜
베푸시고 사랑하심 한 때도 변치 않고
단 것은 다 뱉으시니 잡수실 것 무엇이며
쓴 것만을 삼키셔도 싫어함이 없으시네.
사랑이 무거우니 정을 참기 어렵고
은혜가 깊으니 슬픔만 더하도다.
다만 어린 자식 배부르기만 바라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굶주려도 만족하시네.

*生者忘憂恩 생자망우은

慈母生君日 五臟總開張 자모생군일 오장총개장
心身俱悶絶 流血似屠羊 심신구민절 유열사도양
生已聞兒健 歡喜倍加常 생이문아건 환희배가상
喜定悲還至 痛苦徹心腸 희정비환지 통고철심장